세계일보

검색

‘직장 내 괴롭힘’ 1.3%만 검찰 송치…곡소리 ‘여전’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0-12-14 16:56:41 수정 : 2020-12-14 17:37:3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관련 진정 5658건
‘개선지도·검찰 송치’ 종결 19.3% 불과
5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제외·제재 규정 미흡
“법 개정 등 후속 조치 필요”

 

#1. “상사가 자주 저에게 ‘다 너를 싫어한다’, ‘왜 일을 못 하느냐’는 식의 무시와 폭언을 합니다…회사가 상사 편이라 신고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사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 A씨는 “모멸감, 수치심에 너무 힘들고, 혼자라는 생각에 괴롭다”면서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A씨는 “한 번은 억울하고 욱하는 마음에 반기를 들었다”면서 “그러자 (상사가) ‘눈깔을 파버린다’라면서 입에 담을 수 없을 욕설과 함께 정년퇴직까지 저를 괴롭힐 거라고 했고, 그 이후에는 ‘알아서 하던지’라며 물건으로 때리려고 했다”고 토로했다.

 

#2. 직장인 B씨는 계속되는 사장의 ‘외모 지적’에 회사생활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B씨는 “(사장이) 저보고 ‘네가 이 동네에서 덩치가 가장 크다’고 놀리고, 얼굴에 뭐가 나니 ‘천연두에 걸린 피부 같다’고 외모를 비하한다”고 토로했다. 사장은 외모 지적 뿐 아니라 출근 전과 퇴근 후, 심지어 주말까지 B씨에게 사적으로 연락해 일을 시키는 것은 물론 “여자는 결혼하면 그만둬야지”라는 말을 버릇처럼 내뱉었다. B씨는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금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신고해서 (사장이) 처벌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다”며 직장갑질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 반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채 괴롭힘에 노출된 직장인들의 ‘곡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정부가 접수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진정 사건 중 약 20%만이 ‘개선지도·검찰 송치’가 이뤄진 만큼, 법의 실질적 효과를 담보하기 후속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입법조사처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직장 내 괴롭힘 진정사건 조치 현황’에 따르면, 직장 내 갑질을 막기 위한 개정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본격 시행된 지난해 7월16일부터 지난 9월30일까지 고용부가 접수한 관련 진정은 총 5658건에 달했다. 현재 처리가 진행 중인 사건(331건)을 제외할 경우, 개선지도가 이뤄지거나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약 19.3%(1027건)에 불과했다.

 

검찰에 송치된 사건만 보면 총 67건(1.3%)에 불과한데 이 가운데 ‘불기소 의견’이 60건, ‘기소 의견’은 7건이었다. 대다수의 진정 사건(80.7%)은 취하되거나,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단순 행정종결 처리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한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가 취해야 하는 조치 의무와 관련한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으며, 10인 이상의 사업장에는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법 시행에도 괴롭힘이 근절되지 않고, 진정사건에 대한 사후 조치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로는 여러 입법·정책적 한계를 꼽을 수 있다.

 

현행법상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취업규칙 작성 의무가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내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직장갑질119는 “원청회사의 하청직원 갑질 등도 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의무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도 처벌조항이 없고,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제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담보할 만한 제재 규정이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과제’ 보고서에서 전형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벌칙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사업주나 사업경영 담당자가 괴롭힘 행위자인 경우 근로기준법에 의한 적절한 조사나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괴롭힘 행위자에 대한 제재 수단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전 입법조사관은 △사업장에서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강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국회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에 여전히 소극적인 상황이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조항을 신설하라는 권고안을 채택했다”면서 “여당 국회의원들이 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도 정부·여당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세영 '청순미 발산'
  • 이세영 '청순미 발산'
  • 뉴진스 다니엘 '반가운 손 인사'
  • 박규영 '아름다운 미소'
  • 오마이걸 아린 '청순&섹시'